Al - 2-15
15.
일족의 행사가 끝나자마자 귀가한 선우는 현채를 집으로 불렀다. 내일이 마지막 데이트 날이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출발할 계획이었다. 겸사겸사 시무룩하던 현채가 마음에 걸려 오늘은 같이 잠들 생각이기도 했다.
아무런 사심 없이 손만 잡고, 예전처럼 잠들 생각이었는데…….
“흐으, 아, 아파…. 선우…….”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던 현채가 퐁, 하고 본체로 돌아갔다. 침대 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래진 새하얗고 아름다운 설표가 힘든지 으르렁거리며 옆으로 몸을 웅크리다 뒹굴 굴러 손을 모은 채 엎드려 꼬리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를 지켜보던 선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 않았다. 현채에게 발정기가 온 것이다.
예전이야 발정기로 인한 여러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지만 요즘은 달랐다. 첫 발정이 조금 심할 뿐이지 나이가 들면 몇 년 사이 그 빈도수가 낮아지고, 미리 약을 먹으면 없는 듯 지나가기에 지금에 와서는 충분히 조절 가능한 것이 발정기였다. 발정기가 아예 없는 수인들도 있었고. 선우 역시 발정기를 겪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쉽게 여겨지는 발정기에도 불문율은 있었다. 혼자 보낸다면 밖에서 문을 걸어 잠글 것, 본체로 돌아가지 말고 인간화인 상태로 버틸 것.
본체로 돌아가면 충동과 공격성이 더 강해지기에 생긴 말이었다.
새파란 시선으로 응시하며 조금만 움직여도 발톱을 세우는 설표의 모습에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그러나 함부로 덤벼들지 않고 오히려 끙끙대며 꼬리를 씹는 반응을 보면 현채가 온 힘 다해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야 하나? 현채를 저렇게 두고?
미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대비할 새도 없이 일이 벌어졌다.
고민하는 사이 결국 씹어 대던 현채의 꼬리에서 피가 비치는 꼴을 보고 선우는 저도 본체로 변해 그에게 다가갔다.
몸을 낮추고 한 걸음씩 발을 떼자 설표의 시선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펄쩍 뛰어 올라간 선우는 설표의 가슴 위로 발을 올렸다. 놀란 설표가 물고 있던 꼬리를 놓쳤다.
느리게 흔들리는 꼬리에 비친 피를 핥은 선우는 콧잔등으로 그를 저 멀리 치우고 푸른 눈과 시선을 맞췄다.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던 선우는 보란 듯 천천히 인간화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또다시 이를 드러내는 설표의 가슴과 목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달래듯 속삭였다.
“현채. 다시 돌아와. 그래야 내가 도와주지. 응?”
목 안쪽에서 끙끙대는 소리를 내던 현채가 괴로운 듯 발톱을 세워 침대를 긁길 한참. 현채 역시 서서히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다.
“선우, 으우…. 나 선우 공격할 것 같아.”
울먹이는 현채의 달뜬 뺨을 감싸 쥐고 선우는 입술을 내렸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넘치는 흐느낌을 모두 삼키며 천천히 제 옷을 벗었다.
“……선우?”
“공격하려는 거 아니야. 물어도 되니까, 안 참아도 돼.”
티셔츠 사이를 파고든 선우의 손이 배에 닿았을 때, 현채는 지금 제 욕망이 가리킨 방향을 알았다. 선우를 공격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 하하, 은현채.”
설표는 설표라는 건지, 순식간에 자세를 뒤집은 현채가 선우를 빤히 응시했다. 천천히, 하지만 빈틈없게 고개를 숙인 현채는 선우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깊이 숨을 들이켰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파들파들 떨리는 살갗을 핥다 서서히 밑으로 내려갔다. 단단한 가슴과 그 끝의 유두를, 힘이 바짝 들어가 복근이 선명한 배를 핥다 턱 끝에 바지가 닿았다.
시선을 빤히 보내자 느린 한숨을 뱉은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를 내리니 퉁겨 나오는 성기가 신기했다. 덥석 입에 물자 선우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흣, 은현채, 잠깐…….”
만류하는 음성에도 현채는 양손으로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핏줄 선 기둥과 귀두 아래의 소대, 귀두 틈까지 샅샅이 핥으며 선우를 관찰했다.
선우의 얼굴이 저렇게 빨개진 건 처음 본다.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제게만 집중한 모습이 지나치게 좋았다.
자비 없는 구음에 선우는 결국 현채의 입 안에 파정했다. 그를 모두 삼켰다가 선우에게 혼난 현채는 슬쩍 눈치를 보다 아래로 입을 내렸다.
“현채야! …흐악.”
손톱보다도 작은 구멍을 핥자 선우가 마구 발버둥 쳤다. 오금을 잡아 몸 가까이 누르며 드러난 입구를 입술 전체로 삼키며 혀로 찔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제 반려가 아프지 않을지.
꼭 다물려 있던 아래가 천천히 출납하는 혀를 받아 주기 시작했다. 주름 하나하나가 불어 터질 정도로 빨기만 하자 머리끝까지 흥분한 선우가 예쁜 얼굴을 잡아 세웠다.
“손가락 넣어서 풀어.”
“응…….”
너무 작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선우가 최대한 힘을 빼자 손가락 두 개가 빠듯하게 들어찼다. 그럼에도 현채의 것에는 한참 부족해 선우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준비할 생각도 없던 젤 대신 로션의 뚜껑을 열어 건넸다.
벌린 틈 사이로 로션이 스며들자 찰박이는 소리가 커졌다. 천천히 손가락을 늘린 현채는 흰 거품을 내며 옴찔대는 주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까부터 아래에 피가 몰려 현채는 끙끙 앓으며 움찔댔다. 그 모습에 웃으며 상체를 세운 선우는 현채와 입 맞추며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대게 했다.
허벅지 아래서 뜨겁게 마찰하는 성기를 잡아 꺼내 천천히 그 끝을 제 아래에 맞췄다.
아직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위압적인 크기에 선우는 혀를 내어 바짝 마르는 입술을 적셨다. 그때 현채의 커다란 손이 선우의 등허리를 받치고 제 얼굴 앞에 가까워진 가슴을 입에 담았다. 계속 빨려 예민해졌던 부위에 또다시 혀가 닿자 어깨를 떨던 선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몸을 내렸다.
처음 겪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목이 뒤로 젖혀졌다. 저도 모르게 뒤로 빼려는데 현채가 잡고 있던 허리에 힘을 줘 내려 앉혔다.
“아, 흐….”
버티려 했지만 현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한껏 버티던 허벅지에 힘이 풀리며 한순간에 반이 삽입됐다. 현채에게 붙잡힌 채로 몸을 가르는 듯한 격통을 겨우 참아 내는 그때, 현채가 잘게 허리를 쳐올렸다.
성기를 틈 없이 감싸며 꽉 쥐어짜는 뜨거운 점막에 몸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선우, 아읏……. 너무 좋아, 제발 더…….”
“학…! 읏, 현, 채야. 잠깐……. 읏.”
속절없이 흔들리며 현채의 등을 안은 손에 힘을 줬다. 전신을 울리는 고통 사이로 쾌감이 점점 몸집을 부풀렸다.
사정해 늘어져 있던 선우의 성기가 어느새 다시 발기했다. 꽉 끌어안은 배 사이에 껴서 맞비벼지는 감각과 현채의 것을 품은 뒤에서 번지는 생경한 쾌감에 머리가 하얘졌다.
본능을 이기지 못한 현채가 선우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마저도 아픔이 아닌 쾌감으로 다가와 선우는 신음과 함께 그대로 사정했다.
사정하며 힘이 들어간 내벽이 성기를 강하게 쥐어짰다. 현채 역시 선우의 안 깊은 곳에 제 욕망을 흩뿌렸다.
가쁜 숨을 토해 내던 선우가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러나 사정하고도 빠지지 않은 채로 느리게 들어왔다 나가는 성기의 느낌에 고갤 들어 현채를 내려봤다.
“현채 너…….”
설표의 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 * *
천천히 빠져나가는 성기에 선우가 신음을 흘렸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린 현채가 아파하는 선우를 보며 이도 저도 못하고 울먹거릴 때, 선우가 팔을 벌려 현채를 끌어안았다.
“선우…. 선우 괜찮아? 미안해. 내가 아프게 했지. 잘못했어.”
“잘못한 거 아니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선우는 머리칼을 넘겨 드러난 이마에 꾹 입술을 눌렀다 뗐다. 저를 응시하는 푸른 눈에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선우는 볼을 두드리며 욕실에 따듯한 물 좀 받아 달라 부탁했다.
씻고 나온 선우의 몸에 들어갈 때보다 붉은 자국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뒤따라 나오는 현채를 소파에 앉히고 선우는 수건으로 옅은 색깔의 머리를 말려 줬다.
보드라운 머리칼을 보다 이제는 귀가 없음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같은 샴푸 냄새를 풍기고, 같은 잠옷을 입고서 제 곁에 딱 붙어 앉아 있는 현채를 보다 입을 열었다.
“……이거, 세 번째 데이트로 쳐야겠지?”
다정한 속삭임에 현채의 눈이 반짝 빛났다. 벌떡 일어난 현채가 쫄래쫄래 침실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 현채의 주먹이 꼭 쥐어져 있었다.
빤히 보이는 시나리오에 속으로 웃음을 지은 선우가 순순히 손을 내어 주는 척하다 주먹 쥐고 있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 갔다. 그러곤 현채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며 속삭였다.
“현채야. 나랑 연애해 볼래.”
선우 탓에 반지는 더 이상 프러포즈 링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선수를 놓친 것에 분하기도 잠시, 빙긋 웃는 잘생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현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Footprint (수인물 au)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