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 1-9
9.
“억제제 효과 사라질 때까진 안 된다고 했잖아.”
“흐으, 아는데…. 아는데, 선배……. 저, 윽….”
눈을 질끈 감은 선우는 결국 천천히 몸을 돌렸다. 허리 밴드 사이로 손을 집어넣자 울상이던 현채가 눈을 크게 떴다.
손끝에 닿는 뜨겁고 축축한 살덩이를 감아쥐자 맥동이 느껴졌다. 아무 말 없이 내어 준 손의 의미를 알았는지 숨이 거칠어진 현채가 선우의 위에 올라탔다. 드러난 목이랑 귓불, 뺨을 죄다 핥아 가며 허리를 들썩였다.
스치는 살갗에 튀어나온 핏줄과 마찰로 뜨거워지는 열기에 손을 움츠리면 곧바로 손 틈을 벌려 내며 눌러 문질렀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페로몬 섞인 숨을 느끼면서 선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 으…….”
눈을 질끈 감은 현채가 침대 헤드를 부서져라 쥐었다. 꿈틀대며 울컥울컥 뱉어 내는 점도 높은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느리게 흘러내렸다.
한 번 사정하고도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단단한 성기에 황당한 숨을 뱉는데 현채가 몸을 겹쳐 안으며 선우의 바지를 벗겨 냈다.
“은현채, 뭐 하는….”
저만큼이나 참고 있던 바짝 선 성기를 한 손에 쥐자 선우가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부푼 귀두를 문지르다 천천히 흔들어 기둥을 적시면서 힐긋 위를 바라보자 눈을 질끈 감고 참고 있는 선우가 보였다.
그새 붉어진 목에 코를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쉬니 아까보다 확실히 짙어진 선우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알잖아요. 더 좋은 거…….”
귓가에 속삭이고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젖지 않아 빡빡한 주름을 매만지다 서랍 안에 있던 젤을 잡히는 대로 꺼내 아래에 끝을 넣고 주욱 짜냈다. 갑자기 들어오는 차가운 감촉에 선우가 움찔 어깨를 굳혔다.
초조함에 칭얼대고 잔뜩 애타 했으면서 아래를 푸는 행위는 서두르지 않았다. 꼼꼼히 내벽을 더듬으며 느릿하게 손가락 개수를 늘리는 현채에 결국 먼저 손을 든 건 선우였다. 러트고 나발이고, 당장 은현채를 갖고 싶었다.
“현채야, 그만하고 넣어.”
“안 돼요. 아직 아파…….”
“후으…… 좀 아파도 돼. 그러니까 빨리. 응?”
선우의 재촉에 입술을 깨문 현채가 귀두 끝을 아래에 문지르다 꾹 눌렀다. 파고드는 귀두를 천천히 삼켜 내는 주름을 만끽하던 현채가 아득한 탄식을 흘렸다.
반쯤 들어갔을 때, 팽팽히 당겨진 주름이 침입하는 성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며 움찔대는 조임은 현채를 더 흥분하게 만들 뿐이었다. 오금을 잡아 누르며 세게 허리를 내리자 그 순간 억눌려 있던 선우의 페로몬이 범람하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악……!”
“읏, 아으… 선배. 아아…….”
빠른 속도로 페로몬이 밀려들어 현채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이미 이성이 흐려진 선우가 현채의 멱살을 잡아 내리며 입 맞췄다. 이가 부딪칠 정도로 다급히 맞붙은 입술에 숨 쉴 틈 없이 혀를 섞었다.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성기가 세게 처박히는 동시에 화끈거리는 쾌감이 하반신 전체를 뒤덮었다.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찰박일 정도로 질척거리는 소음 사이로 채 완성되지 못한 신음이 흩어졌다.
빠듯할 정도로 두꺼운 기둥이 빠져나갔다 금세 옴츠라드는 내벽을 자비 없이 꿰뚫었다. 벌어진 입과 비강, 모든 구멍으로 현채의 페로몬이 물밀듯 밀려 들어왔다.
견딜 수 없이 중첩되는 쾌감과 알파의 섭리를 배반하는 관계에 저도 모르게 도망치려 하는 선우가 몸을 비틀자 현채는 두 손을 한데 모아 머리 위로 누르며 몸을 더 깊이 겹쳤다.
평소보다 이른 노팅에 두 팔로 선우를 꽉 끌어안고 빈틈없이 몸을 붙였던 현채는 찰나 코끝을 스치는 미량의 페로몬에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고 서늘한 페로몬은 선우의 것이 맞았지만 뭔가 달랐다. 그저 선우라서 좋았던 전과 달리 꼭 제 페로몬처럼 조금의 이질감 없이 안정적이게 느껴졌다. 제게만 열어 준 온전한 제 것.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한 현채는 울먹이며 인상을 찌푸린 선우의 뺨에 연거푸 입 맞추고 살갗을 핥았다.
“선배, 선배……. 허락해 줘요. 나 받아 주세요.”
“……가만히, 있어.”
언제 받아도 힘겨운 노팅을 견뎌 내는 중이던 선우는 떼쓰는 연인의 조그만 움직임에도 온 배 속이 휘저어지는 느낌이라 가쁜 숨을 뱉었다.
그럼에도 어깨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어 현채를 빤히 바라보다 분홍빛 입술을 겹쳐 키스했다. 조금 더 깊이 혀를 섞으며 합쳐진 숨에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페로몬이 뒤섞였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죽어도 안 놔줄 거예요.”
어쩐지 섬뜩하게 들리는 속삭임에 웃음을 누르고 그래라, 하며 답하던 선우는 갑자기 허리를 쳐올리는 현채의 움직임에 비명을 삼켰다.
왜 그러냐 묻기도 전에 제게 쏟아지는 전과 비교할 수도 없는 짙은 페로몬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현……! 흐, 학….”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현채의 페로몬에 흐려지는 정신 사이로 언젠가 오준일이 했던 말이 스치듯 지나갔다.
‘효과가 있다면 선우 씨 러트 사이클 끝나자마자 현채 님 러트가 시작될 겁니다. ……온전한 알파로는 처음 맞는 러트 사이클입니다.’
망했다…….
순간 스친 두려움도 잠시, 몰려드는 거대한 쾌감에 눈을 질끈 감은 선우는 이성을 잃은 현채의 얼굴을 붙잡고 깊이 입을 맞췄다.
* * *
그 어느 때보다도 길었던 러트 사이클이 끝난 뒤 선우와 현채는 함께 오 교수를 보러 갔다. 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서로의 페로몬에 현채의 병에 대한 차도도 생기지 않았을까 희망이 앞섰다. 각인에 대해선 이미 확신하고 있었기에 오교수의 진단만이 남아 있었다.
“응. 거의 다 왔어. ……어.”
“누님 도착하셨대?”
전화를 끊은 현채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식을 들은 우연과 채연이 센터로 오겠다 했는데 저희보다 먼저 도착한 모양이었다.
주차를 마치고 현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데 은우연과 은채연을 마주쳤다.
“오랜만이다. 윌로우에서 인턴 했다며?”
“선우 씨, 몸은 괜찮으세요?”
선우에게 반갑게 인사하던 둘은 현채를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를 향한 시선에 현채가 퉁명스럽게 ‘뭐.’ 하고 내뱉었다.
“아니, ……정말 변했다 싶어서.”
“그치, 빨리 검사받아 봐. 진짜 알파 같잖아.”
“그 정돕니까?”
둘의 호들갑에 선우는 생경한 눈으로 옆을 돌아봤다. 제게 와닿는 느낌이 달라진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우연과 채연까지 그렇게 말하니 신기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준일을 본 것도 잠시. 짧은 면담 후 이후 검사는 수면 마취로 진행할 거라는 설명을 들은 선우는 당황해 현채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마취까지 해야 합니까? 어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여러 검사를 한 번에 진행하려면 마취 후 진행하는 것이 좋아서요…….”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데….”
“페로몬과 각인 관련해서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불가피합니다. 오늘 힘드시면 다음으로 잡아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할게요.”
걱정 가득한 선우와 달리 현채는 담담한 태도로 답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가까이해 속삭였다.
“……연구 결과 나오면 각인 인증 받아 준댔어요.”
보통의 각인한 알파, 오메가 커플들이 받곤 하는 인증서였다. 건강 검진을 같이 받는다거나 여러 혜택이 있고, 서로 보호자라는 인증으로 쓰이기도 하는 거였지만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채가 뭐에 설레어하는지 알 것도 같아 선우는 헛웃음 지으며 알았다 답할 수밖에 없었다.
‘왜. 각인이라니까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떨려?’
‘당연하잖아요. 선배는 괜찮아요? …저랑 각인하는 거.’
‘그럼. 당연하지.’
‘안 놔줄 거예요. 저는 각인 해제 같은 거 몰라요. 절대 못 물러요. 평생……. 그래도 괜찮아요?’
‘착각하나 본데 잡힌 건 너야. 은현채.’
‘……선배.’
‘그래도 괜찮겠어?’
걱정이 담겨 있으면서도 들떠 있던 현채의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취는 다른 의사가 진행했다. 어쩐지 센터가 아닌 병원으로 부르더니…….
별일 없을 거라 안심시킨 오준일 교수와 현채가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은우연은 일이 있는지 결과 들으러 다시 오겠다면서 자리를 비웠다.